2008년 01월 23일
단상 @ 신촌 투썸플레이스 / literature
가을의 어느 날, 신촌 거리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저마다 생각을 갖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리라.
- 커피랑 술은 당분간 자제하세요.
의사의 말이 귓등에서 울리지만 역시.. 카라멜 마끼아또의 중독성은 대단한 것이어서 가볍게 무시해버렸다. 하지 말라는 것일수록 왜 그리 하고 싶은 걸까. 네온 불빛에 휘청이는 젊음들은 의미없는 웃음을 흘리면서 길거리를 휘적거린다.
-가을 밤에는 역시 재즈야.
나의 마음 한 구석에서 우월감에 가득한 목소리가 배어나온다. 유난히 번쩍이는 모텔 네온 사인을 보니 뭔가 숨이 탁 막히는 것 같았다. 저 불빛은 지금도 수많은 청춘을 유혹하리라. 도로에 차 소리가 뜸해질 즈음 그들은 못 이기는 척 그 곳으로 향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쾌락을 즐길 것이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똑같은 모양의 집에 사는 것도 모자라서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나름의 사랑을 확인한다. 마치 개미집의 한 단면처럼.
기다림은 즐거움이라던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카페 문이 딸랑 하고 열릴 때 그 설렘을 노래한 시는 모든 연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또 읽히고 또 읽히었다. 사랑도 계절이 지나가듯 자연스레 시들해지는데 그 시는 상록수처럼 그 위용을 떨치었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직...
다 식은 커피잔 밑에 가라앉은 진한 커피처럼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그 위에 새로 따뜻한 물을 부으면 과거는 소용돌이치면서 현재에 융화되어버릴 것을. 이제는 기억을 바싹 건조시켜야할 때다. 천천히, 어떤 성급함도 없이 조용히 우러나는 녹차 티백처럼.
스물 한살의 나에게도 깊숙히 숨어있는 기억들이 있다. 애써 꺼내려하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 봉인된 기억. 유난히 흰 피부와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녔던 그 아이와, 내가 눈물짓게 만들었던 아이들. 그리고 내 심장을 새로이 뛰게 해 주었던 잿빛 코트 자락. 지금도 나의 역사는 차곡차곡 쌓여 파란 눈의 호랑나비처럼 박제되고 있다.
from.2007.10.31 00:34
# by | 2008/01/23 12:28 | 내가사는세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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