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죽지를 꺾어버린 새처럼


난 오늘도 하늘을 날았다.

이것이 내 운명이자 숙명이다.

나의 몸은 기껏해야 10cm 이내.

참으로 약한 존재이지.

 

난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앞에 있는 녀석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을 뿐이니까.

난 내 식대로 살아간다.

 

나에겐 꿈이 있다.

이 푸른 하늘 끝까지 닿아보는 것.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 희뿌연 도시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언젠가 푸르다못해 투명한 하늘에 닿을 수 있겠지.

난 앞만 보며 달려왔다.

가끔 내 깃털이 몇 개씩 뽑히고 내 살이 파여도

난 내 꿈이 있어 행복했다.

 

난 우주를 꿈꾸었다.

이 드넓은 공간에 나의 존재를 심어보리라.

티끌만도 못한 나의 존재에 의미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날 수가 없다.

나의 전부인 날개를 잃었다. 활공은 좌절되었다.

 

내 날개는 강철보다 강한 올가미에 얽혔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올가미는 내 살을 파고들었다.

극심한 고통이었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고통.

 

며칠이 지났을까. 내 생명이 꺼져가는 것 같았다.

결국 난 스스로 내 날개를 잘라내야만 했다.

난 미친듯이 부리로 내 날개를 쪼아댔다.

우주를 꿈꾸었던 내 자신은 잊은채로

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나의 꿈을 버렸다.

 

두 날개를 자르고나니 난 한없이 초라한 존재가 되었다.

난 피로 물들은 내 날개를 뒤로한채 그 곳을 떠났다.

 

죽고싶었다. 그 순간 만큼은 정말 죽고싶었다.

흉한 내 모습을 깔아뭉개고 싶을만큼 죽고싶었다.

 

잔인하다. 내 자신이 잔인하다.

날 죽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내 자신이 잔인하다.

 

...........................

 

..영원한 활공을 꿈꾸며,

콘크리트 담벼락 위에서 마지막 날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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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길을 가다가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새 날개를 보았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그의 날개가 날 슬프게 했다.

그는 지금쯤, 우주를 누비고 있을까?

지금 내 모습이 그의 마지막 날개짓과 오버랩되고 있는건 아닐까?


from.2006.09.24 17:07







by 라비링 | 2008/01/23 12:18 | 내가사는세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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